현상학에서, 흩어져 있던 대상과 우리를 한 곳으로 그러모아 결국 그것과 나를 한 데 묶는 '괄호'의 현상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사태는 오롯하게 나의 몸을 통해 들어오는 경험이 그 대상과 합치될 때 일어난다. 이때 스티븐 홀은 건축물에 들어오는 자연광을 사태의 매개체로 이용하였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합치시키는 빛'은 어떤 식으로 공간을 넘나드는가?
그는 틈을 이용한다. 엮은 직물들과 같은 형태의 지붕 사이로 들어오는 틈새의 빛이다. 다만 그 빛은 직접적으로 비춰들어오면서 선형의 무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비껴들어오면서' 면의 영역만을 구분짓는다. 우리는 이 영역 안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하나의 경험이 되며, 하나로 묶여진 '모음'으로 느껴지게 된다. 전시관은 의도한 바대로 어떠한 대상을 멀리서 관조하도록 하는 성격이 강한 공간으로써, 그것은 일견 작품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하였을 때 이러한 빛이 작품과 사람의 그러한 간극을 최소한으로 줄여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