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테크를 설계하기에 앞서, `지금-여기'에 존재의 당위성을 가지는 미디어테크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보았고, 가장먼저 VR이 떠올랐다.
VR이란 매체는 이미 흔한 매체이다. 나는 VR기기에서 초월하여, 언젠간 가상현실,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또한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장소일 뿐 아니라, 지식을 보전하여 후대에 지식을 물려주는 가치를 지닌 공간이다. 가상현실 또한 책처럼 분류되고 보관되어 하나의 시대정신을 간직한 지식으로서 보전될 것이라 생각하였고, 가상현실체험 미디어테크를 설계함에 있어, 도서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유형을 망라하여 한곳에 담고자 하였다.
세가지로 분류하자면 과거의 아날로그적 도서관(Solid), 현재의 디지털 도서관(Void), 그리고 미래의 포스트 디지털 도서관 세가지로 분류하였다. 직접찾아가고, 만질 수 있는 솔리드의 특성을 과거의 도서관유형을 추출하였고,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솔리드의 특성에서 벗어나 `탈-장소성'을 가진 [보이드]의 특성을 추출하였다.
포스트-디지털 도서관은 솔리드와 보이드와는 반대되는 언어, 구형을 택하였다. 그 이유는
1. 솔리드한 성질은 매스로 간주할 수 있으며, 육면체의 매스/솔리드는 건축의 `과거'의 특성과 같다. 따라서 반대되는 구형을 선택했다.
2. 불레가 상상한 뉴턴기념관을 오마주 하였다.
불레는 18세기에 당시 기술로는 `절대' 지어질 수 없는 거대한 구형의 뉴턴과학기념관을 상상하였는데, 그 구형의 뉴턴을 기림과 동시에 우주와 별들을 건축에 담고자 한 건축가의 상상력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본인은 판단하였다.
만약에, 시공간여행, 가상현실여행,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시뮬라크르의 초-과잉의 세상에서
`건축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까지 가닿게 되는데
나는 200년전 불레에게서, 시대정신을 담고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건축가의 의지를 보았고, 그 의지를 미약하게마 이어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