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
대학에 오기 전에 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고, 미술을 좋아했다. 공학과 예술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야가 건축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텍토닉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때마침 마지막학기에 주제의 외연을 넓혀 흥미있는 분야에 맞출 수 있게 되자 시계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계식 시계는 쿼츠 무브먼트에 비해 정확하지 않고 비싸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기계식시계가 쿼츠에 비해 오히려 명품으로 남는 이유는 그것이 시간을 표시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운상가 역시 주상복합이라는 정체성을 사실상 잃은 지 오래다. 그러나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메이커문화를 담아 다시 생기를 찾고 있다. 처음에는 그러한 은유적 상징을 담아 시계를 만들어 세운상가에 전시하고자 했고, 더불어 한 사람의 메이커가 되어 이 장소를 온몸으로 겪는 한 학기를 보내보고자 했다.
2. 설계 및 제작
시계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관계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일차적으로는 내 스스로 연구를 거듭했고, 부족한 것은 인터넷에서 찾았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았다. 수백년 시계의 역사를 혼자 머릿속에서 생각해 내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고, 인터넷 자료는 국내 자료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읽기 힘든 해외 자료였다. 공부를 통해 하는 데까지 해 보았고, 부족한 부분은 이 일대의 장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세운상가에 스며들어보고자 했다.
1)기어 주기
기어로 주기를 정하는 것엔 정해진 법칙이 있다. 맞물리는 두 기어 중 힘을 직접 가하는 쪽은 피니언, 받는 쪽은 링기어라고 한다. 링기어의 회전주기는 (링기어의 톱니 수)/(피니언의 톱니 수)이다. 그리고 링기어와 같은 회전수를 갖는 피니언이 다른 링기어에 물려 돌면 그때의 주기는 (링기어1의 톱니 수 * 링기어2의 톱니 수)/(피니언1의 톱니 수 * 피니언2의 톱니 수)이다. 즉 주기는 링기어의 톱니 수를 모두 곱한 값을 피니언의 톱니 수로 모두 나눈 값이다. 따라서 3600초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3600을 소인수분해하고 여기에 적절한 값을 곱하거나 나눔으로서 기어의 톱니 수를 정할 수 있다.
2)탈진기
시계가 일정하게 흐르기 위해서는 탈진기라는 장치가 필요하다. 탈진기는 진자의 등시성을 이용하여 진자의 위상이 최대진폭에 닿았을 때 탈진바퀴를 멈추게 하고, 그 외의 순간에는 탈진바퀴가 동력에 의해 회전할 수 있게 하여 시간이 일정하게 흐르도록 한다. 진자의 등시성이란 진자의 주기가 진폭이나 진자의 질량에 무관하게 오직 길이에만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진자의 질량이 크면 퍼텐셜에너지가 커지지만 그만큼 가속이 상쇄되고, 진폭이 커지면 퍼텐셜에너지가 커진 만큼 빨라지기 때문에 멀어진 진폭을 왔다 갔다 하기에 길어진 시간이 상쇄된다.
이론은 명쾌하나 실제 제작은 어려웠다. 탈진기를 처음 만들어 본 것은 중간리뷰 때였고, 여러 가지 이유로 실패했다. 일단 레이저의 공차를 통제하지 못해서 실패한 부분이 가장 컸다. 그렇다보니 일부러 약간 크게 그려서 조금씩 깎아내었는데, 단면이 거칠어져서 작동이 잘 안되었다.
결국 중간마감이 끝나고 예지동골목의 특수시계 장인인 한미사 함영기대표님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분은 무브먼트 샘플을 주셨고, 샘플을 통해 다시 설계를 시작했다.
샘플은 생각보다 잘 움직이지 않았다. 진자가 자꾸 탈진바퀴에 걸린 상태로 멈췄기 때문이다. 탈진바퀴의 마찰력이 크거나, 진자가 휘어서 평형이 어긋난 것이 원인이다. 이점을 참고하여 탈진바퀴를 설계했고, 공차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탈진바퀴를 좀 더 크게 그려보았다. 다행히 잘 작동하였다.
3)진자의 주기 및 오차
기계식시계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하루에 4초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진자의 길이가 1m일 때 주기는 약 2초인데, 주기를 길이에 대하여 미분하면 길이가 1m일 때 1mm당 0.001초의 변화율이 나온다. 하루가 86400초이므로 2초씩 43200번 정도 진동하면 43초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길이를 0.01mm단위로 통제하는 것은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온도변화에 따른 수축팽창, 크리핑(외력이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아도 스스로 변하는 현상)등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철은 1도씨 변할 때 마다 0.000012배 만큼 변한다. 진자 길이가 1m라면 0.012mm 변한다는 뜻이다. 1도씨의 변화가 하루동안 누적되면 0.5초에 달한다. 하루하루 변하는 온도차이만으로도 몇 초 정도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시계가 정밀하기를 바란다면 차라리 쿼츠무브먼트를 써야하고, 기계식기계를 택한 이상은 오차에 관대해져야 한다.
4)달
달의 삭망주기는 물론, 그 날 그시각의 달이 어느 고도에 떠 있는지도 표현하고 싶었다. 기존 시계들은 주기를 29일 또는 29.5일 또는 30일로 표현한다. 따라서 시각은 물론 달의 삭망까지 이중으로 수정해야 하는데, 달의 삭망주기를 수정하는 것은 시각을 수정하는 것에 비해 까다롭다. 왜냐하면 육안으로 달의 위상을 1일단위로 판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각을 정확하게 유지하는 한, 달의 삭망은 최소 100년간 고칠 필요 없도록 만들어보고자 했다.
삭망주기는 255,1442.9초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접할 수 있는 달의 천구상의 운행주기의 정밀도는 삭망주기의 그것보다 낮을 것이 예상되므로 삭망주기와 하루길이를 통해 새로 구하기로 했다.
원래는 지구의 자전속도와 달의 공전속도의 상대속도의 역수를 취한 값이 달의 천구상 운행주기가 될 것이지만, 하루의 길이는 정확히 24시간이고 자전주기는 23일 56분 4.1초로서 유효숫자의 차이가 있으므로 하루의 길이와 삭망주기를 통해 계산하기로 했다. 이 두 값은 지구의 공전을 고려한 주기들이고, 정확히 상쇄되기 때문에 계산에 이용하기로 했다. 더 정확히 따지자면 공전궤도는 타원형이지만, 내가 중시한 것은 주기의 일정함이므로 계산은 이들 궤도를 원으로 가정하고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구한 값을 기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피니언과 링기어로 표현하려면 주기를 정수의 곱과 나눗셈으로 표현해야 했다. 우선 삭망주기의 경우 2551442.9초를 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2551443을 소인수분해 해 보았으나 3*850481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 값은 기어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다른 값을 구해야 했다. 하지만 주기의 정확도를 낮추기는 싫었으므로 주기에 10만을 곱한 값을 위아래로 10만개씩 20만개의 수를 소인수분해 하기로 했다. 그러면 주기가 최대 1초 이내의 오차를 갖도록 할 수 있다. 맨손으로 20만개의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코드를 짜기로 했다.
소인수분해는 2부터 1씩 늘려가며 몫을 나누되, 나머지가 0인 경우는 같은 수로 다시 나누도록 했다. 소수로만 나눗셈을 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어떤 수가 소수인지 아닌지 판단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이 무척 아까우므로 2부터 차근차근 계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255144290000은 int타입이 아닌 long타입이므로 계산 속도가 굉장히 느렸다. 그 수가 소수이기라도 하면 나누는데 수 분 이상 걸리곤 했다. 이래서는 20만개를 나누기가 곤란했다. 따라서 알고리즘을 수정하였는데, 소인수분해로 얻은 가장 큰 인수가 150이 넘으면 어차피 그 값은 기어로 표현하기가 곤란했으므로 그런 값들을 버리기로 했다. 150으로 나누는데도 나눠지는 숫자가 이미 150이 넘는다면 그 수를 구성하는 인수의 최댓값은 150이 넘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련 없이 계산을 종료하기로 한 결과, 달의 삭망주기와 달의 고도에 대해 필요한 값을 빠르게 얻었다.
5)달력
그레고리오력은 지구의 자전주기가 정확히 365일이 아닌 것을 해결하기 위한 역법이다. 4년에 한번 하루를 더하고, 100년에 한번은 4년에 한 번 더해야 할 하루를 생략하고, 다시 400년에 한 번은 4년에 한 번 추가하려던 하루를 100년째와 무관하게 그대로 추가하는 역법이다.
퍼페추얼캘린더(Perpetual calendar)는 100년간 보정이 필요 없는 기계식 달력으로, 4년에 한 번 하루를 추가하는 것을 고려한 달력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현대에는 특히나 별로 쓸모없는 기능이지만 비싼 시계들은 이 기능이 탑재되어있고, 표현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단가상승의 요인이 된다.
달력을 그냥 달력도 아니고 퍼페추얼캘린더로 하게 된 데엔 비화가 있다. 처음에는 이런 기능이 실제로 구현가능한지도 몰랐다. 그저 룸메이트에게 윤년까지 계산하는 달력이 과연 있을지 물어보았고, 어려울 것이므로 그냥 쉽게 가라는 룸메이트의 말에, 그렇다면 내가 해보겠다고 오기를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화근인 이유는 연구부터 제작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달력은 이번 시계 설계의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해외자료를 통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서 몇 주간 연구를 거듭했고, 기술 자문을 구하고자 했으나 한미사도, 리디자인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셨다. 혼자서 오랫동안 탐구한 끝에 전체적인 원리를 터득했다. 기존의 달력과 비슷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각 달의 마지막 날이 지나면 다시 1일로 돌아오는 부분은 완전히 새롭게 고안했고, 이때 구상한 달력의 원리가 끝까지 유지되었다. 다만 가공오차를 통제하지 못한 탓에 달력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완성을 방해한 요인이었다.
6)축
기어가 움직이려면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 이때 기어와 축이 빈틈없이 맞물리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빈틈이 너무 없으면 뻣뻣해서 움직이기 힘들고, 반대로 너무 느슨하면 기어가 흔들려서 기어끼리 어긋나곤 한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는 일이 무척 어려웠고, 축설계는 곧 실패를 거듭하게 된 주요한 원인이었다.
중간발표 직후 세운상가 차전자(차산전자)에 가서 차광수대표님의 도움을 받았다. 메다루(DU부싱)이라는 값싼 베어링을 알게 되었고, 동력을 한 방향으로만 받아주는 후리베어링(니들클러치베어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스냅링이나 E링을 알게 되었다. 바로 다음날 다시 찾아가서는 이러한 것들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여쭈어보았다.
베어링은 부천베어링에서 구입하면 되고, 스냅링은 어디로, 와셔는 나사가게로, 축은 스텐으로 해서 스냅링이 들어갈 자리를 내어달라고 하면 된다 등등 많은 조언을 주셨다.
7)베어링
차광수선생님의 조언대로 부천베어링에 가 보았고, 그곳에서 이것저것 물었다. 차전자에서 메다루라고 했던 것은 DU였고, 후리베어링이라고 했던 것은 니들클러치베어링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천베어링 사장님은 내가 궁금해 하는 것들을 잘 알려주셨고, 곧 단골이 되었다.
8)스테인리스 축
처음에는 아크릴봉으로 축을 설계했다. 스텐으로 하고 싶었지만, 스텐을 가공하는 값이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축 하나에 5000원정도 가공비가 들 예정이었는데, 다 하면 무려 10만원이 넘게 들 것 같아서 포기했다. 그리고 정밀가게 아저씨들이 하나같이 무례한 것도 정밀가공을 그만둔 이유였다.
하지만 아크릴 봉은 그다지 좋은 재료가 아니었다. 재료 특성상 정밀하지 못했다. 따라서 스텐봉을 쓰려고 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스텐파이프를 자르는 도구가 있었다.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파이프를 사서 직접 잘랐다.
스텐파이프는 이화스텐에서 샀다. 시계에 쓸 축을 구한다고 하자 스텐파이프는 공칭지름 10mm에 정10mm가 있고, 9.5mm가 있다고 했고, 파이프 두께 또한 종류별로 있었는데, 나는 9.5mm 두꺼운 파이프를 구입했다. 9.5mm 파이프를 사놓고 아크릴을 그 값에 맞추어 9.70mm로 구멍을 뚫고 베어링을 설계에서 뺐다. 그 결과 한두개를 돌릴 때는 괜찮았으나 여러 개를 돌릴 때는 너무 뻣뻣했던 탓에 다시 12mm의 구멍을 뚫고 DU를 끼워 넣었다.
파이프커터는 세운상가 바로 옆인 현대공구에서 샀고, 단골이라기엔 뭣하지만 이번학기 내내 필요한 공구를 그곳에서 구입했다.
9)클러치
기계식시계는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각을 수정하는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성은 인식 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는 고민조차 안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리디자인에 자문을 구하러 갔을 때 유수엽선생님께서 클러치를 넣을 것을 조언하셨다. 유수엽선생님도 시계에 관심이 있었는지 노트에 시계 단면을 설계한 드로잉이 있었고, 무척 반가웠다.
나중에 실제로 클러치를 설계하고 제작할 때, 어느 재료를 쓸지 고민되었다. 고무나 실리콘에 사포를 대면 마찰계수가 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대박킹에 가서 실리콘을 한 장 사려고 했더니 작은 조각을 그냥 주셨다. 그 조각이 지금까지 시계에 쓰이고 있다.
용수철도 필요하므로 청계천 건너 대한스프링에서 용수철을 샀다. 용수철을 자르기 위해 현대공구에서 니퍼를 샀는데, 사장님께서 용수철은 니퍼로는 안 잘린다고 하셨다. 나는 어차피 니퍼가 필요했으므로 일단은 니퍼를 사겠다고, 안되면 다시 오겠다고 했다. 작업지에서 니퍼로 용수철을 열심히 잘라보려 했으나 잘리기는커녕 니퍼의 이빨이 다 나갈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현대공구에 다시 가서 역시 안 잘린다고 하면서 와이어커터를 사겠다고 하자, 사장님께서 웃으시며 값을 깎아주셨다.
10)아크릴
기어를 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렇게나 뾰족하게 그려서는 안 되고, 일정한 작도법을 따라야 한다. 크게 인볼류트곡선과 사이클로이드곡선으로 치형을 그리는데, 사이클로이드 치형은 그리기가 어려우므로 보통 인볼류트곡선으로 치형을 그린다. 그 곡선을 정확히 그리는 것이 관건인데, 그것도 사실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어를 그려주는 소프트웨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금속으로 기어를 가공하면 그리기도 어렵고 자르는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므로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미사 함영기대표님은 아크릴로 가공할 것을 권하셨다. 그리기만 하면 아크릴 가공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크릴을 사서 직접 자르기로 했다. 그런데 아크릴 가게 주인들은 하나같이 쌀쌀맞았다. 아크릴냄새가 그들을 예민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따라서 마음씨 좋은 주인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5번째 만에 산성아크릴이라는 가게를 찾았다. 이번학기에 쓴 아크릴은 대부분 이곳에서 구입했다.
11)아크릴가공
아크릴은 용산 디지털대장간과 학교 레이저실에서 잘랐다. 학교든 용산이든 가기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어야 하고, 무거운 아크릴판을 손수 들고 가야하기 때문에 한번 갈 때 최대한 많이 작업하려고 했다. 그렇다보니 실패할 때마다 손실이 너무 컸다.
12)메이커스큐브
메이커스큐브에서 우리 스튜디오의 작품을 전시했다. 나의 경우에는 메이커스큐브에서 작업하는 장면도 전시의 일부였다. 몇 주 간 매일 이곳에 나와 작업했고, 많은 행인들의 호기심어린 눈빛이 부담스럽기보단 고마웠다.
큐브는 작업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정말 춥고 외롭다. 많은 큐브 입주자들이 단열이 잘 안 되어 작업이 곤란할 지경이라고 불평을 토로했는데, 나도 무척이나 공감했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화장실이 잠기므로 늦게까지 작업할 수 없었다.
3. 결과
메이커시티, 생산도시라는 세운상가의 특색을 온몸으로 체험한 학기였다. 이번 시계제작으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만간 이곳에서 3D프린터를 직접 설계해서 제작해볼 생각이다. 이번학기에는 기계공학을 공부했는데, 다음번엔 전자회로설계를 공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메이커로서 세운상가에 녹아드는 일을 처음부터 바랐던 것은 아니었다. 되도록 많은 것을 혼자서 해결하고 싶은 성격이어서 처음에는 돌아다니기를 원치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나는 이곳에 남아있고, 앞으로도 당분간 이곳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