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이번 건축학부 50주년을 맞이하여, 학부의 역사를 기리고 함께한 이들의 기억을 간직하는 공간, 나아가 앞으로 이어질 후배들과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공간을 ‘동행’이라는 주제로 풀어내고자 하였습니다.
먼저, ‘동행’이란 곧 같은 길을 함께 걷는다는 의미로, 과거의 동문들이 걸어온 그 길을 현재의 우리가, 그리고 미래의 후배들이 함께 나아간다는 건축학부의 정신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 ‘동행’의 개념을 공간 속에서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저희는 나무를 주 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나무는 그 자체로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으며, 따뜻한 느낌을 주고, 지속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나무의 특징은 이번 설계의 핵심인 ‘동행’이라는 개념과 여러 부분에서 맞닿아 있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재료로서의 나무, 따뜻한 경계를 품은 재료로서의 나무, 지속 가능한 재료로서의 나무, 나아가 기억을 품은 재료로서의 나무’라는 개념을, 루버와 반복되는 모듈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하여 라운지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건축학부 사무실 앞에 조성될 동문 라운지는 과거와의 동행을 나타냅니다. 저희는 동문 라운지가 ‘과거’에 초점을 두고, 이를 존중하고 계승하며, 과거의 유산이 현재에도 이어지며 동행하는 공간이 되도록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동문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메모리얼 벽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연결,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동문들과의 동행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 벽은 기존 라운지에 놓여 있던 직육면체 나무 의자와 라디에이터를 가리고 있던 나무 패널을 재활용하여 제작되고, 이는 지난 40주년 당시 조성되었던 메모리얼 홀을 계승하며 학부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난 시간의 흔적과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냅니다. 또한, 기존 재료를 활용하는 것은 앞으로의 건축인이 지녀야 할 지속가능성과 자연과의 공존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나무 조각 하나하나마다 학부 발전에 헌신한 동문 기부자분들의 이름이 새겨지며, 각각의 나무 모듈은 다양한 깊이로 설치되어 시각적으로 풍부한 입체감을 형성합니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져 지난 50년 동안 만들어낸, 그리고 현재의 우리와 앞으로의 후배들이 만들어낼 ‘시립대학교 건축학부’의 입체적이고도 깊이 있는 역사를 의미합니다. 또한 이 벽은 한 번에 모든 모듈이 채워져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남아 있도록 제작됩니다. 이러한 빈 공간은 앞으로 나오게 될 동문 기부자가 직접 모듈을 넣으며 채워지는데, 이는 과거의 유산이 현재에도 이어지는 ‘과거와의 동행’을 시각적으로 나타냅니다.
동문 라운지의 학부 사무실 앞에는 ‘동문 라운지’의 명칭이 적힌 사이니지와 함께 나무 루버로 된 가벽이 설치됩니다. 이 벽은 루버가 반복되며 만들어지는 가벽으로, 실제로는 단절되어 있지 않고, 동선과 시선만 제어합니다. 처음에는 루버가 40mm간격으로 반복되다가 마치 시간이 흐르듯, 루버 사이의 간격이 점차 넓어지며 자연스러운 열린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결론적으로 이 루버는 시각적으로, 동선적으로 공간을 나누지만 열린 간격을 통해 소통을 허용하는 ‘완전히 닫힌 공간’이 아닌 ‘서로를 인지하는 공간’을 만들게 됩니다. 이는 차갑고 단절된 재료가 아닌, 따뜻한 경계를 가진 나무의 특징을 나타내며 동시에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걷는 ‘동행’의 의미를 공간적으로 표현합니다. 루버 뒤의 의자와 테이블은 단순한 가구 배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곳은 동문과 학생, 교수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와 쉼, 사색이 이루어지는 ‘기억이 쌓이는 공간’이 됩니다. 또한, 루버 가벽의 디자인은 교수 연구실과 복도 사이의 소음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면서도 완전히 단절되지 않은 연결감을 줄 수 있습니다.
기존 라디에이터와 이를 가리던 목재 상자가 있던 공간에는 휴식과 전시를 위한 새로운 공간이 들어섭니다. 창문 밑에 설치되는 긴 바 테이블은 평소에는 쉼, 사색, 나눔의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재료 수업 전시, 포트폴리오 전시 등 전시 기간에는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유연한 공간으로 사용됩니다.
동문 라운지와 휴게라운지를 잇는 복도는 과거와 미래 사이 현재를 나타냅니다. 나무 루버를 활용하여 디자인된 복도에서는 각각의 루버가 띄엄띄엄 배치되어 빛과 그림자, 비움과 채움이 교차하는 독특한 공간적 경험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서 루버 하나하나는 건축학부가 지나온 50년의 시간을 상징합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가 나무의 역사를 나타내듯, 루버와, 루버 사이의 공간은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이야기와 기억의 여백을 나타냅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이 복도를 지나며 마치 학부의 긴 역사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감성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엘리베이터 앞 공간에는 잘 사용되지 않던 기존의 게시판을 활성화하고, 작은 전시, 정기 간행물, 홍보 책자 등을 배치할 수 있는 책장을 설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보내는 짧은 시간에 새로운 공모전, 특별 강의, 공지사항 등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또한, 학교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여 학부 사무실로 올라오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학부 사무실로 올 때 지나게 되는 현재의 거울과 쓰레기 분리수거함 배치는 건축학부에 대한 이미지를 저해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화장실 앞에 있던 거울과 쓰레기 분리수거함은 현재 1층과 3층에서 사용하듯 계단실 랜딩영역으로 이동 배치하였습니다.
기존의 입식 중심 공간이며 철제 책장의 경계로 구성되던 자료실은 책장을 비우고, 그 자리에 다층적인 ‘앉음’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좌식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였습니다. 이는 휴게 라운지에 맞게 사용자들이 더욱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며, 사용자는 의자에 앉고, 땅에 기대고, 벽에 등을 붙이는 각자의 방식으로, 보다 자유롭게 공간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됩니다. 공간과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속에서 기억과 대화가 쌓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이 공간에서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즐기며, 미래를 꿈꾸게 됩니다. 이는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향한 선후배, 동기들 간의 동행을 의미합니다.
휴게 라운지에는 정육면체의 나무 모듈을 배치하여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정기 간행물 등을 넣어 둘 수 있는 책장이면서 동시에 앉거나 기댈 수 있는 의자로 사용되고, 필요에 따라 작품을 올려둘 수 있는 전시 용품으로 사용됩니다.
이처럼 본 설계는 시간의 흐름 속 ‘동행’이라는 개념을 나무의 특징을 사용하여 공간적으로 표현합니다. 저희의 설계 속 동문라운지와 휴게라운지는 과거를 존중하며 계승하고, 지속가능한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희망하는 장소로서, 지난 건축학부 5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50년을 함께 걸어갈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